‘눈오리’ 정말 불편하신가요?

눈 오는 날 새로운 트렌드 ‘눈오리 만들기’
타인을 배려하고,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훌륭한 눈놀이 문화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눈오리들 /윤미지 기자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눈오리들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눈 오는 날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과거엔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문화였다면 지금은 그 대신 ‘눈오리’를 만든다. 그것도 심지어 기구를 사용한다. 아주 간편한 방식으로 집게 틀을 이용해 눈오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눈오리 집게는 몇 차례 품절 대란을 거치며 ‘인싸템’ 대열에 올랐다. 유행 초반엔 눈오리 집게는 업체마다 품절됐고, 이를 구하기 위해 동네 문방구를 돌아다니는 성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에서는 천 원도 안 되는 금액의 눈오리 집게가 만 원 이상에 판매되는 현상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눈오리로 인한 피해 내용의 글이 다수 업로드됐으며 해당 내용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눈오리가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악몽이 되어 버린 것인데, 그렇다면 눈오리를 만드는 것이 실제 얼마나 많은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지 취재해 봤다.

폭설도 재미로 승화! 눈 오는 날 새로운 문화가 된 ‘눈오리’ 만들기

눈오리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2021년 겨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고 매서운 한파와 폭설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것은 귀여운 눈오리였다. 정교한 오리 모양이지만 집게만 있다면 아주 쉽게 눈오리 생성이 가능하다.

최근엔 눈 오는 날이면 학교 근처나 동네에서 어김없이 눈오리 한 마리 정도는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눈오리 만들기가 하나의 문화가 됐으며 이를 만드는 집게 역시 상용화된 상황이다. 올겨울에 눈 소식이 몇 번이나 남아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해 못 쓰면 내년 겨울에 쓰자’는 생각으로 이를 구비한다고 말한다.

학교 근처나 동네를 지나다 보면 눈오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학교 근처나 동네를 지나다 보면 눈오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눈오리 집게는 스노우볼 메이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플라스틱 재질의 도구로, 틀 모형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모양도 다양하다. 당초 눈오리가 인기를 끌며 오리 형태 틀이 유행했지만, 최근엔 귀여운 캐릭터나 공룡, 하트, 눈사람, 펭귄 등 다양한 스노우볼 메이커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판매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천 원에서 3천 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금액대의 아이템이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눈오리 집게 /윤미지 기자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눈오리 집게 /윤미지 기자
오리 모양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스노우볼 메이커가 있다. 길 가다 만난 눈뭉치들 /윤미지 기자
오리 모양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스노우볼 메이커가 있다. 길 가다 만난 눈뭉치들 /윤미지 기자

초반 눈오리 문화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에 지치고 유례없는 폭설까지 경험해야 했던 국민들에게 소소한 재미의 하나로 여겨지며 활력을 더했다. 여러 언론 보도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도 잊고 있던 따뜻한 정과 소소한 행복을 눈오리를 통해 느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눈오리 만들기에 빠진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눈오리를 만든 사진을 SNS 등에 공유하기도 했으며 유명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폭설이 내리면 출퇴근 빙판길을 걱정하는 사람들보다 눈오리를 만들 생각에 설레는 ‘어른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눈 소식이 들려오면 중고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은 ‘눈오리 집게’ 중고 거래 글이 늘어난다. 판매 및 구매 글은 물론 대여비를 받고 이를 빌려준다는 글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스노우볼 메이커로 만든 눈오리를 판매한다는 귀여운 글이 당근마켓에 올라오기도 했으며 취미로 눈오리를 만드는 모임 광고도 게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로 눈 소식이 뜸한 부산 지역의 경우엔 이 눈오리 집게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된다. 눈 대신 바닷가 모래를 가지고 ‘흙오리’를 만든 사진이 SNS 상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눈오리 주먹밥. 다양한 눈오리 집게의 사용. 하지만 눈오리 집게는 식품용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권장하는 사용법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눈오리 주먹밥. 다양한 눈오리 집게의 사용. 하지만 눈오리 집게는 식품용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권장하는 사용법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눈오리의 인기 요인은 다양하다. 어렸을 적 눈사람을 만드는 것 같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취미라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초반엔 품절 대란으로 인해 눈오리 집게를 구하는 게 꽤 어려웠다면, 시간이 지나며 스노우볼 메이커 판매처가 늘어나고 이제는 누구나 쉽게 온라인 주문을 통해 이를 구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부담 없이 구매하게 되고 겨울이 지나가면 잘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또 사용할 수 있어 생각보다 실용성도 높은 편이다. 또 눈사람 보다 만드는 수고도 덜하다. 집게를 이용해 눈을 뭉치기만 하면 되니 개인의 손재주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완성도 있는 눈 놀이를 만끽하게 한다.

하지만 역시 유행의 가장 큰 이유는 눈오리가 가진 절대적인 ‘귀여움’이 아닐까. 동글동글한 형태지만 생각보다 섬세한 오리 모양에 앙증맞은 부리까지 구현된다. 눈으로 만든 흰 오리는 작고 소중해서 지나가며 이를 발견했을 때 많은 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생각보다 오리 모양이 섬세하게 구현된다 / 윤미지 기자
생각보다 오리 모양이 섬세하게 구현된다 / 윤미지 기자

이 귀여운 오리가 혼자 있을 때보다 더 귀여운 건 여러 마리가 함께 있을 때다. 만드는 방식이 간단하다 보니 대량 생산이 쉽고 이로 인해 ‘광기의 눈오리 만들기’, ‘눈오리 군단’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대량 생산된 사진이 공유되기도 했다.

남의 차 위에 눈오리 만들기? 집 앞에도 잔뜩

눈오리 대량 생산이 하나의 키워드가 되면서 눈오리로 인한 피해 사실도 다수 제보 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서는 이를 ‘눈오리 주의보’라 표현하기도 했다. 눈오리로 인한 피해는 주로 차량 위, 이동 통로 등에 눈오리를 대량으로 제작해서 생기는 문제를 언급한다.
지난 14일 네이트판에 ‘제발 남의 집 앞에 눈오리 좀 만들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업로드됐다. 해당 글은 “눈 오면 아파트 앞에 눈오리 뭉쳐서 만들어 놓던데 본인이 만든 거 본인이 사진 찍었으면 치우고 가라”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성자는 “눈 많이 올 때 경비 할아버지가 눈 힘들게 쓸고 계시길래 도와드리러 나가봤더니 아파트 앞이며 바닥이며 여기저기에 누군가가 눈 오리 수십 개 만들어 놨다”라며 “경비 아저씨게 여쭤봤더니 아저씨도 눈 치우면서 그게 있으면 난감하다고 하시더라”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네이트판에 올라온 눈오리 대량 생산 사진 /네이트판 갈무리
네이트판에 올라온 눈오리 대량 생산 사진 /네이트판 갈무리

이어 “다른 곳부터 눈 밀어내고 있는데 옆 옆라인 아줌마 둘이 애들 여러 명 데리고 나와서 눈오리를 만들기 시작…옆에서 힘들게 눈 치우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한두 개도 아니고 눈오리 수십 마리를 깔깔거리면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눈오리로 인한 피해가 이슈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이들이 만든 눈오리에 차가 손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통 스노우볼 메이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높이의 쌓인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차량 위에 있는 눈을 모아서 스노우볼 메이커를 사용하다 보면, 플라스틱 집게가 차량을 긁어서 손상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언론사에서 보도한 기사의 원문은 “애들 눈오리 못만들게 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네이트판에 게재되어 빠른 시간 내에 이슈가 됐다. 이어지는 내용은 “정확히는 차 위에 눈으로 눈오리 못만들게 하라”라며 “애들이 신나서 놀았구나 하고 그냥 넘겼는데, 세차하고 보니 본네트랑 앞유리에 기스가 엄청 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블랙박스 돌려보니 까드득 소리가 나며 이벤트 녹화가 될 정도로 눈오리 틀로 차를 긁어 눈을 모아 만들었더라”고 전했다.

이러한 피해는 다른 커뮤니티 글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2월 보배드림에는 “눈오리 만든다고 차에 기스내는 어린이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에 따르면 “설날인지라 아파트 입주민인지 외부인 인지 알 수 없는 애들이 차 보닛과 트렁크 위의 눈을 가지고 눈오리를 만든다고 눈오리집게로 눈을 모으고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눈오리를 만들기 위해 차 위의 눈을 퍼간 모습 /보배드림 갈무리
눈오리를 만들기 위해 차 위의 눈을 퍼간 모습 /보배드림 갈무리

또 “혹시나 내 차에도 했으려나 싶어 지나가며 보니 사진처럼 해놨더라”라며 “눈오리를 만들 때 손으로 집게에 눈을 채우면 괜찮겠지만 집게로 차 위의 눈을 바로 긁어내는 걸 봤다”고 전했다.

눈오리 만들기, 주의할 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눈오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다양하게 발견된다. 주로 차량 위의 눈을 긁어서 차가 손상되거나, 사람들이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집 앞이나 길가에 눈오리 군단을 만들어 놔서 치우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동네를 한 시간만 돌아봐도 어렵지 않게 눈오리 군단을 만날 수 있었다 /윤미지 기자
동네를 한 시간만 돌아봐도 어렵지 않게 눈오리 군단을 만날 수 있었다 /윤미지 기자

특히 눈오리가 꽁꽁 얼어붙으면 이를 파손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두 마리는 제설 작업 시 큰 어려움을 주지 않지만 여러 마리의 눈오리를 치우는 것도 아파트 관리자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주민센터 제설 관리자는 본지에 “제설 작업에 있어서 눈오리가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눈오리를 대량으로 생산하면 눈을 치울 때 곤란할 수는 있다”라며 “상식적인 선에서 적당량을 만든다면 제설 작업에 큰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센터 제설 관리자에 의하면 “사실 주민센터 내에 눈오리에 관한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지나치게 많은 양이 아니라면 제설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으니, 적당히 만드는 것은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센터의 제설 관리자는 “제설 작업 때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은 눈오리를 본 적은 없다”고 말하며 “만약 발견한다고 해도 눈오리가 큰 것도 아니고, 제설 작업에 불편을 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너무 큰 눈뭉치는 치우기 힘들 수 있다. 큰 눈뭉치의 경우엔 눈놀이를 즐긴 이후 적당한 정리가 필요하다 /윤미지 기자
너무 큰 눈뭉치는 치우기 힘들 수 있다. 큰 눈뭉치의 경우엔 눈놀이를 즐긴 이후 적당한 정리가 필요하다 /윤미지 기자

다수의 주민센터와 아파트 관리실에 문의한 결과 실제 눈오리로 인한 피해가 직접적으로 접수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주로 언덕이나 평지가 많은 지역의 주민센터 등을 위주로 취재를 진행했으며, 본지와 통화가 연결된 곳들 모두 관련 민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눈 오리를 만들 때는 지나친 대량 생산을 자제하고 타인의 차, 시설 위의 눈을 긁어 모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차 위에 눈오리를 만들어 두면 눈오리가 얼면서 딱딱하게 굳어 떼어내기 힘든 경우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눈오리를 만들 때는 사람들의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를 찾아 적당량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아파트나 주택 난간에 눈오리를 만드는 사례가 많다. 이때 바람이 부는 등 예기치 못한 이유로 인해 눈뭉치가 외부로 떨어져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난간 위에 만든 눈오리, 눈사람은 꼭 난간 아래로 이동 시켜 놓아야 밖으로 떨어져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아파트나 주택 복도 난간에 만든 눈오리, 눈사람은 외부 추락의 위험을 대비해 난간 아래로 이동 시켜놔야 한다 / 핸드메이커DB
아파트나 주택 복도 난간에 만든 눈오리, 눈사람은 외부 추락의 위험을 대비해 난간 아래로 이동 시켜놔야 한다 / 핸드메이커DB

다만, 눈오리 만들기 자체가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며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눈 오는 날 특별한 기억을 남기기에 좋은 문화로 여겨진다. 특히 주민센터와 아파트 관리실을 집중적으로 취재한 결과 전문적인 제설 작업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적당한 양의 눈오리 만들기는 즐거운 눈놀이 문화가 될 수 있다 /최미리 기자
적당한 양의 눈오리 만들기는 즐거운 눈놀이 문화가 될 수 있다 /최미리 기자

몇 가지만 주의하면, 눈오리 만들기 문제 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고 알려진 해당 글의 댓글에는 다양한 누리꾼의 의견이 표현되어 있다. ‘당연히 타인의 물건이 파손될 위험을 고려해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의견과 ‘우리 사회가 각박해져 간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됐다.

타인의 차 위에는 만들면 안되지만, 본인 차 위는 상관 없다. 사진은 제보자 본인 소유의 차량 위에 만든 눈뭉치들 /시민 제공
타인의 차 위에는 만들면 안되지만, 본인 차 위는 상관 없다. 사진은 제보자 본인 소유의 차량 위에 만든 눈뭉치들 /시민 제공

취재 결과 눈오리가 피해를 주는 일이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없는 것 또한 아니다. 몇 가지만 주의하면 눈오리 만들기는 긍정적인 문화로 자리 잡기 충분한 눈놀이다.

눈오리를 만들기 전, 내 눈오리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지 주의하고, 대량 생산의 경우엔 충분히 즐긴 후 사진을 남겼다면 어느 정도 이를 정리한 후에 떠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타인의 차량 위 눈을 무리하게 긁어내는 방식으로 흠집을 내는 것은 문제로 여겨지며 치우는 사람을 생각해서 배려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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